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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후기] 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 (jean Jullien : Then, There)

벨 에포크 2023. 1. 5. 00:05

[전시회 후기] 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 (jean Jullien : Then, There)

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
Jean Jullien : Then, There

 

 
장 줄리앙
장르
전시/행사
기간
2022.10.01(토)~2023.01.24(화)
장소
서울 중구 을지로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1. 전시회 후기

 

놀이가 되는 예술.

놀이 속에서 발견하는 예술.

 

- 전시장 곳곳에 장 줄리앙의 드로잉이 안내표지를 대신하기도 한다 -

 

예술과 놀이의 관계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구체화 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장 줄리앙은 이를 구현해내는 작가이다. 놀이하듯 예술을 하는 그의 행보는 그의 동생 니코와의 파트너십에서 최대로 강화되는데,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실험하는 놀이를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꽤 멋진 형제이지 않은가! 내게도 함께 전시회를 놀이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언니가 있음에 감사하며, 아침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동대문으로 향했다.

 

 

나의 올해 첫 번째 전시회로 그러면, 거기 있어 준 장 줄리앙의 회고전을 다녀왔다. 회고(回顧), 즉 돌이켜봄의 본 전시에서는 작가의 습작 노트를 시작으로 회화에 이르는 다방면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출생의 작가 장 줄리앙은 현재 파리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그래픽 아티스트이다. 그의 전시회에서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그림체와 재치 있는 표현으로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해주는데, 웃음의 포인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생각하게 하는 그림들이 가득하다.

 

 

전시장 내부의 벽면이며 전시장 곳곳에 작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데, 바닥의 작품 안내선을 지켜주세요. PLEASE STAY BEHIND THE LINE’이라고 쓰인 글씨마저 그의 필체가 느껴져 보다 깊게 작가를 만나는 느낌을 준다.

 

 

“모든 종류의 상징, 기호 등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작품 안내선을 지켜주세요. PLEASE STAY BEHIND THE LINE -

 

위의 문구는 장 줄리앙의 브랜딩의 대전제이다. 쉽게 공감하게 한다는 그의 의도는 재기발랄하면서도 그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위로와 일상의 활기를 불어넣는 능력으로 전시를 보는 동안 나를 감동하게 했다.

 

- 무더운 여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엄마와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게한다 -

 

그의 회화작품 또한 전시되어 있는데, 이를 보다 보면 어디서 보암직한 장면들과 그 속에 기억되는 추억들로 생각이 잠기곤 한다. 그의 그림 속 사람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그 그림 속 사람이 나로 대체될 수 있도록 표현한 것이다. 삽화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유머러스함보다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억하게 하는 그의 회화가 주는 인상은, 전시를 마감하는 관람객에게,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기억되게 하기에 충분한 방이었다.

 

- 전시장 한 벽면을 차지하던 그림이 바로 이 노트속에 그려져 있다 -

 

그의 드로잉은 노트와 펜으로부터 시작된다. 파리, 런던, 브뤼쉘, 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도쿄, 서울, 싱가폴 등 세계 각국의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은 그만의 또 다른 언어가 되어 공감과 이해를 얻어내기에 충분하다.

 

 

나는 그의 노트와 펜이 너무나 반가웠다. 내가 가진 노트와 펜이 그가 사용하는 것과 같아서만은 아니다. 전시장 중간, 준비된 영상의 말미에 등장하는 그의 노트와 펜을 발견하고는 함께 전시에 간 언니와 함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일상의 드로잉이 주는 친숙함이 내게도 주어진 펜과 노트가 그의 작업 노트와 꼭 닮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벽에 걸어둔 작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의 작업의 모든 과정까지도 내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