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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한국 근현대 자수 :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 국립현대미술관 / 덕수궁미술관 / 박물관의날 한정 무료전시

벨 에포크 2024. 5. 12. 00:27

[전시] 한국 근현대 자수 :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 국립현대미술관 / 덕수궁미술관 / 박물관의날 한정 무료전시

 

한국 근현대 자수

 

오늘은 자수라는 오랜 문화유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늘과 실을 이용하여 다채로운 색채를 직물에 장식하는 자수는 우리의 문화 중 하나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형성해왔습니다.

그러나 훼손되기 쉬운 특성으로 인해 현존하는 고대나 중세 시대의 유물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대부분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수'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주로 조선시대 여성들이 제작하고 전승된 전통공예로, 근현대 이후의 자수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자수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여 소개하고, 주변화되어온 자수 실천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관람객들은 섬세하고 아름답게 수놓은 자수 뒷면에는 수많은 미술과 공예, 역사적인 변화와 문화적인 경험이 엮여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자수의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지평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바늘과 실이 이루어내는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근대, 미술과 공예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이 자수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해보시길 바랍니다.

 

 

 

 

전시장은 시대순으로 자수의 흐름을 보여주어 이해도가 쉬운 전시회 입니다. 모든 작품들의 그 정교함을 감상하는 통에 시간가는줄 몰랐던 전시회 입니다.

 

01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

 

이번 전시는 바늘을 도구 삼아 수놓은 자수의 아름다움을 전합니다. 시작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제작된 자수 작품들로, 조선시대 자수는 도화서 화원이 그린 밑그림 위에 궁수와 민수로 나뉩니다. 궁수는 정제된 문양에 천연염료를 사용하여 고혹적인 미를 표현하며, 민수는 세련된 맛보다는 자유로운 감각과 원색 대비로 특징지어집니다.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자수는 조선시대 이후 본격화되었으며, 전통적인 자수에 비해 복식 자수와 생활 자수에서 부터 자수병풍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발전해왔습니다. 개항 이후에는 공예 개념의 등장으로 자수는 기술과 산업으로 간주되며, 국내외 박람회에 출품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평안도 안주 지역에서는 남성 자수장인들이 전문적으로 활동하며, 대한제국 황실도 안주수 병풍을 주문하는 등 자수가 상업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입니다.

 

 

1전시실에서 보다 성장한 2전시실의 작품들을 보면 자수가 과연 예술로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02 그림 갓흔 자수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 갓흔 자수를 통해 자수의 근대화와 변화를 살펴봅니다. 교육과 전시를 통해 자수가 미술공예로 거듭난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수의 근대화는 도안, 기법, 재료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 실천이 공적인 영역으로 이동한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사적인 영역에서 전수되고 사용되던 자수가 여성 교육의 중심으로 끌려들어가면서 학교 교육의 핵심으로 부상했습니다. 여성에게 바람직한 국민으로서의 교양과 노동으로 여겨졌던 자수는 근대 국가의 바람직한 국민으로서 여성에게 부여된 교육의 일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와 함께, 몇몇 엘리트 여성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를 공부하며 새로운 자수를 보급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은 귀국 후 여학교와 기예학원 등에서 새로운 자수를 가르치고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했습니다. 또한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공예부가 신설되면서 공예품이 미술공예로 거듭나는 중요한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제 자수는 사생을 바탕으로 한 회화 같은 형태로 주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전시회장 전반이 어두운 공간안에 핀조명으로 작품들을 비추고 있는데요, 자수의 놀라움은 3D를 가늠케하는 작품들을 보는 각도에 따라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03 우주를 수건삼아

 

이번 전시에서는 광복 후 자수가 문화 예술계의 기치에 동참하며 ‘민족 정체성의 회복’, ‘왜색 탈피’, ‘현대화’, ‘전통의 현대적 계승’ 등의 목표를 추구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수는 추상화와 전통의 부활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전개되었습니다. 전자는 주로 아카데미 안에서 이루어졌으며, 후자는 그 밖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아카데미 안팎에서 진행된 창작공예로서의 자수는 1945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내 자수과 설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1980년 자수과가 섬유예술과로 통합될 때까지의 과정은 변화하는 자수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추상미술이 세계적인 동시대성을 획득하면서 자수 분야에서도 추상이라는 새로운 조형언어가 수용되었습니다. 1950년대 중반에는 반(半)추상 형식이 등장하고, 1960년대 이후에는 완전히 대상에서 벗어난 추상으로 나아가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대학에서 자수를 전공한 학생들 뿐만 아니라 대학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자수 작가들도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여 추상을 실험했습니다.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이라는 작품은 자수와 현대미술의 접점을 보여줍니다. 현대에 이르러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는 자수의 세계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04 전통미의 현대화

 

4번 전시실에 이르면, 아카데미 안에서의 자수의 위상이 줄어든 반면, 아카데미 밖에서는 자수가 조국근대화와 산업화 시대에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산업공예로, 그리고 전통공예로 부상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특히 동양자수가 주목받았는데, 이는 국내외에서 수요가 높았고 여러 지역에서 모여 분업 형식으로 각종 자수품을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조선시대 자수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수집, 연구, 전시로 이어지며 전통자수와 근대 일본풍 자수가 혼합된 동양자수의 상황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영숙·허동화 부부가 1960년대부터 수집한 유물을 기반으로 1970년대 후반에 한국자수박물관을 설립했고, 조선시대 자수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서적이 발간되었습니다. 또한, 1984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자수장이 지정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전통자수의 계승과 현대화를 이루기 위한 열정과 신념을 가진 이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동시대인들로 하여금 수공과 공예의 가치를 재고하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